보도자료

[2017.08.28.] 중국 1위 가전브랜드 하이얼의 혁신을 이끈 장루이민 회장
등록일 2018.05.24 조회수 3280

중국 1위 가전브랜드 하이얼의 혁신을 이끈 장루이민 회장

 

오는 9월 1일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IFA) 2017'에서 주목해야 할 중국 기업 중 하나가 하이얼이다. 지난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을 인수한 이후 빠른 기술 발전 속도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얼은 세계브랜드실험실이 주최한 세계브랜드대회에서 14년째 최고 가전브랜드 자리를 지켰다. 전체 브랜드 순위도 2계단 뛰어 3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가트너가 주목한 올해의 혁신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기업을 설립해 30년 넘게 경영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장루이민 회장이다.

하이얼 장루이민 회장/하이얼 홈페이지
▲ 하이얼 장루이민 회장/하이얼 홈페이지

"하늘 아래 모든 물건은 결국 없었던 것에서 생긴 것이다(天下萬物生于有 有生于無). 소비자의 필요에 의해 제품을 개발한다면 비수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첫 문장은 장 회장이 즐겨 쓰는 고전 문구 중 하나로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다음 문장은 도덕경에서 얻은 영감을 사업에 적용한 것인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원천은 소비자로부터 나온다는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장 회장에 대해 '기절한 물고기를 살리는 기업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 회장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인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노동자 출신이다. 그의 부모도 공장에서 일했다. 가난했던 데다 중국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칭다오 시가 운영하는 국영공장에 취업했다. 손재주가 좋고 성실했던 그는 윗사람들의 눈에 들었고 승진도 빨랐다. 그의 운명을 결정했던 사건은 30대 중반이었던 1984년에 찾아왔다. 계속되는 적자에 허덕이던 칭다오 냉장고 공장을 맡게 된 것이다. 회사가 어려워진 원인은 직원들의 무책임한 행태와 형편없는 품질 탓이 결정적이었다.

제품 하자에 대한 소비자 항의가 잇따르자 그는 충격 요법을 썼다. 냉장고 70여 대를 전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쇠망치로 부순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1995년 3월 삼성전자 구미공장에서 500억원 상당 불량 휴대폰 15만대를 불태우면서 품질 경영에 대한 결기를 다진 적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일이 10년 전에 칭다오의 작은 공장에서 벌어진 것이다. 휴대폰 화형식 이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성장한 것 같이 불량 냉장고 폐기 이후 이 공장에서 만든 냉장고도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장 회장은 칭다오에 있는 작은 가전 기업들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고, 30년 만에 하이얼을 매출 36조원의 세계적인 가전업체로 키웠다.

그가 존경받는 것은 외형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중국에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처럼 짧은 기간에 그보다 훨씬 큰 기업을 일군 최고경영자가 많다. 그가 많은 이로부터 존경을 받은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파격 실험으로 기적 같은 성과를 이루어낸 기업가정신에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장 회장은 1999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가전공장을 건립했다. 중국에 비해 인건비 부담이 10배에 달했지만 그는 미국에서 하이얼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다고 판단했다. 백색가전 시장에서 세계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오기 직전인 2008년에는 물류 창고를 모두 없애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직원들은 창고가 없으면 어떻게 물건을 쌓아두고 주문이 왔을 때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겠냐며 반발했다. 대리점들도 난리가 났다. 하지만 장 회장은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적시 생산 시스템으로 재고 비용을 줄여야 한다. 혁신하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결국 장 회장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초기에는 혼란을 겪었지만 그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가전시장이 불황에 빠졌을 때 경쟁 업체들은 쌓이는 재고 때문에 고전한 반면 하이얼은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다.

장 회장의 파괴적 창조의 절정은 2013년부터 시작된 '아주 작게 쪼개기(小微)' 전략이다. 2만명이 넘는 직원을 회사에서 내보낸 뒤 그들이 작은 벤처기업을 창업하도록 한 것이다. 직원들이 세운 소기업들은 하이얼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고, 일부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대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 혁신은 회사가 커지며 관료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다. 장 회장은 모든 직원이 창업해 혁신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쪼개기 전략의 궁극적 목표라는 말로 자신의 의도를 밝혔다.

창조적 파괴의 지향점이 하이얼 제품들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향해 있었다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주 빨래해야 하는 여름철에 적합한 1.5㎏짜리 초소형 세탁기, 아이스크림을 살짝 녹은 상태로 보관하도록 하는 전용 냉동고 등 9만종에 육박하는 하이얼 제품은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만든다는 장 회장의 철학에서 나왔다. GE 가전사업 부문을 54억달러에 인수하며 장 회장의 행보는 다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늘 아래 모든 사물은 없었던 것에서 생긴다는 그의 경영철학은 삼성과 LG전자 등 한국 가전업체들도 참조할 만하다.

[글로벌 CEO열전-25]

 

기사원문보기

 http://premium.mk.co.kr/view.php?no=19881